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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에서 IT업계에 종사하는 아시안 이민자인 내 주위에 공화당(트럼프)지지자가 많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친구가 비논리적인 친공화당 매세지를 포스팅하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됐고 이슈가 되는 트럼프 동영상이 올라오면 보고 웃어넘기면 됐다. 하지만 증오와 거짓말을 기반으로 민족주의와 선동정치의 끝을 보여주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오른 이 시점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데이터를 모으고 공부를 하는 중에 이 글을 접하게 됐고 깊이는 조금 부족하지만 리써치가 잘된 글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지지층을 부분적으로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대충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의 개인적인 해석과 주석도 포함됐음을 밝힌다):

– 냉전 후 산업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이익을 취한 것은 아니다. 자본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은 아시안 중산층만큼 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인간의 만족도는 항상 상대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백 원을 벌 때 내가 천 원을 벌면 만족할 수 있어도 내가 1억을 벌 때 주위에서 2억을 벌면 만족하기 어렵다.

–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벌리기 시작한 빈부 격차에 레이건 정권의 월가 규제 완화와 부시 정부의 세금감면 정책이 더해져 중산층은 점점 사라져 갔다. 정부는 경제 활성을 위해 이자율을 내렸고 그 결과로 대출이 늘었다. 하지만 2008년에 섭프라임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나 쉽게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중산층의 증발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큰일이 터지고 꿈에서 깨고 난 후에야 미국 중산층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의 일이다.

– 큰일이 터지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힘없는 사람들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대졸과 고졸 이하의 평균 연봉 차이는 계속 커져만 가고 공부와 대학의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하는 이민자들은 미국 평균보다 높은 비율의 대졸자 그룹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졸자 그룹은 고졸 이하 그룹보다 더 편한 삶을 살고 있고 상대적으로 대졸자가 많은 이민자 그룹은 더 잘사는 그룹에 속한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 이런 이유에서 트럼프의 주 지지층이 고졸 이하의 백인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가 않다. 그들에게는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서비스 중심적으로 변하는 미국의 노동 시장에서 재기할 방법이 없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결과가 이렇다. 억울하고 화가 날 것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저들이 주인인 나라인데 왠지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모든 것을 망친 것 같다. 가장 미운 것은 본인들보다 더 교육받고 더 잘 사는 아시안일 수도 있지만 만만한 게 무슬림과 불법 체류중인 멕시칸들이다.

–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정말 아주 시원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우고 무슬림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미국 중산층이 처한 상황은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이걸 공부하고 앉아있는 것보단 답답한 심정을 아주 잘 헤아려주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게 기분도 좋고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올 것이다. 그들은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 해도 진심으로 트럼프가 그들과 미국을 살리리라고 믿고 있다. 조국을 위한 일이다.

운이 좋아서 좋은 교육을 받고 미국과 전 세계 IT업계의 중심지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내가 그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욕하거나 설득하려 하기 전에 그들은 지금 절벽에서 떨어지는 중 트럼프라는 지푸라기를 잡게 된 상황이고 그런 절박함 속에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트럼프 지지층을 부분적으로만 설명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트럼프라는 현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난 유권자가 아니기에 내가 장기적으로 거주하게 될 미국이란 나라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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